[논객닷컴=김대복] 아기 예수 탄생 때 동방박사들이 올린 선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동방박사 세 사람은 예수님 탄생을 경배하기 위해 황금, 몰약, 유향을 바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근거지에서 최고의 물품을 구했다. 동방 박사의 출신지는 중동 지방의 동쪽이다. 유럽과 중동 문화의 근원인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이나 그리스 로마 문명권에서 관념적인 동쪽의 한계선은 인도다. 예루살렘 지역에서 동쪽은 바빌론, 페르시아와 인도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베들레헴의 예수탄생 기념 성당의 모자이크 그림에 새겨진 동방박사는 페르시아 옷을 입고 있다. 이는 동방박사가 페르시아에서 온 천문학자나 현자 또는 점성술사라는 의미다. 동방박사는 빛이 솟는 동쪽 세상에서 진귀하고 비싼 황금과 몰약, 유향을 예물로 갖고 온 것이다. 각 선물은 상징성이 있다.
첫 번째 선물인 황금은 하늘의 아들, 태양신 등 거룩한 존재도 상징한다. 실제로 고대인들은 태양신을 경배하기 위해 황금을 예물로 올렸다. 동방 박사들은 아기 예수를 태양신으로 본 셈이다. 또 황금은 예수님의 공의 실현이나 위대한 임금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 선물인 몰약(沒藥)은 예수님의 향기로 풀이될 수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비치는 의미다. 천연 고무수지인 몰약은 아라비아와 아프리카 북부에 자생하는 미르라 나무에서 채취한 갈색 덩어리다. 미라를 만들 때 방부제로 활용하는 몰약 덩어리를 알코올에 녹이면 귀한 향료가 된다. 당시 몰약의 가격은 황금과 비슷했다.
세 번째 선물인 유향(乳香)은 예수님의 구원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급 방향제인 유향은 기원전 7000년 경 부터 아라비아 반도의 오만에서 상품화됐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유향을 수입해 종교 의식 때 방향제로 활용했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서도 진귀한 대접을 받았다. 황금 보다 비싼 가격으로 거래됐고, 종교 행위 때 유향을 태워 신을 경배했다. 예수에게 유향을 선물한 배경도 종교적 의식으로 볼 수 있다. 유향은 예수님을 거룩한 사제나 신으로 생각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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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선물의 해석은 한의학적으로도 가능하다. 입냄새 치료 한의학 시각에서는 세 가지 선물 중에 몰약과 유황의 용도를 구취 제거에서 찾을 수 있다. 좋은 향은 역겨운 냄새를 억제하거나 희석한다. 옛 사람들의 구강 위생은 열약했다. 탄생 등의 좋은 일이 생기면 많은 사람이 모인다. 체취와 구취, 액취 등이 혼합돼 유쾌하지 않은 공간이 될 수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동방박사들이 향이 좋은 물질을 선물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방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몰약은 종창의 특효재다. 성질은 평(平)하고, 온(溫)하며, 맛은 쓰다. 또 독이 없다. 동의보감에는 ‘파사국 송지야(波斯國松脂也) 파혈소종지통(破血消腫止痛) 위창가기약야(爲瘡家奇藥也) 구절이 보인다. 파사국에서 생산되는 소나무 진액이 뭉친 혈을 풀어주고, 상처와 종창 치료에 신비한 효과가 높다는 의미다.
유향은 페르시아나 남쪽 나라에서 나는 소나무의 진액이다. 몰약과 마찬가지로 향기가 나는 약재다. 동의보감에서는 효능을 풍수(風水)와 독종 치료, 삿된 기운 제거, 명치 통증 치료로 들었다. 또 청력 이상, 중풍으로 인한 치아 이상, 혈기증(血氣證), 피부 트러블, 설사와 이질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사막의 나라, 뜨거운 나라에서는 냄새가 더 날 수 있다. 구취와 체취를 없애기 위한 생활의 지혜가 더 필요하다. 유황과 몰약은 전통시대에 햇볕이 따가운 나라에서 입 냄새와 몸냄새를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중동에서 시작돼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온 몰약과 유황은 악취를 다스리는 좋은 향료였다. 이러한 향료의 유입은 자연스러웠다. 이 약재들의 성분은 한국과 중국에서 다양한 치료효과로 발전했다. 동방박사들이 예수님께 선물한 몰약과 유황은 입냄새 제거에서도 의미가 있는 약재였다. 옛사람은 입냄새를 몰약과 유황으로 어느정도는 가시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몰약이나 유황으로 입냄새 치료를 하지 않는다. 입냄새는 원인이 다양하고, 치료 방법도 여러 가지다. 단순히 좋은 향으로 악취를 중화시키는 것으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구취는 원인을 알고, 제대로 된 처방을 하면 쉽게 낫는 질환이다.
김대복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